< 주택과 문화교육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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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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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유배지, 강원도 영월땅을 가다가 구인사(求仁寺)로 접어드는 길목에 야산으로 에워싸인 마을이 있다. 마을 초입 북사면을 한 산 끝에 있는 대지는 작은 평지다. 주변에 특별히 의지할 경관은 없고 평범한 산촌의 풍경이 보일 뿐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대지와 길이 만나는 지점에 작은 우물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터파기를 하면서 지하가 온통 물바다인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집을 잘못 앉히면 배처럼 뜨게 생겨 있었다. 따라서 지하의 물길을 바로잡아주고 기초를 이중 바닥판으로 했으며 그 사이에 자갈을 채워 집이 뜨지 앉도록 하중을 실어 안정시켰다. 집의 용도는 일반 살림집이 아니라 주말주택이었다. 이미 한 필지 건너 컨테이너 박스를 치장하여 구인헌의 건축주의 부모들이 주말주택으로 쓰고 있었다.
본래 출발할 때부터 건축주는 흙건축으로 할 것을 강력히 희망했다. 나로서는 파주에서 그리고 안성지역에서 흙건축을 실험적으로 운영한 이후 본격적으로 흙건축을 실현한 최초의 작업이라고 할 것이다. 흙건축에 관련된 연구와 실험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되었고 흙이 현대적 삶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건축적 소재라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프랑스에 있는 흙건축대학인 크라테르(Craterre)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돌아온 신근식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용된 흙건축 기술은 판축 공법에 의한‘토담건축’이었다. 흙건축 기술의 세가지 큰 갈래에 심벽구조(torchis), 토담구조(pise) 그리고 흙벽돌구조(adobe)가 있다. 한국에 남아있는 토담건축을 답사하고 연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동 하회마을에서 만난 ‘이규성씨의 토담집’이었다. 토담을 구축하였던 담틀을 북촌댁 다락에서 기적적으로 찾아내기도 했었다. 어쨌든 영월 구인헌에서 옛 흙건축 기술을 현대판으로 재현하여 옛 토담집의 안온하고 품위있는 건축을 시도하였다.
우선 이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재료인 콘크리트로 지붕을 삼고 벽체는 모두 토담으로 정하고 콘크리트와 흙벽이 직접 충돌하지 않고 그 사이에는 빛이 들어가도록 하면서 동시에 콘크리트 시공 후 어느 정도 높이까지 토담작업을 용이하게 하였다. 물 쓰는 공간을 가운데로 모으고 천정에 자연채광을 함으로써 실내 분위기를 따뜻하게 도모하였다.
이런 특별한 해법의 건축을 강원도 산골에 실현하면서 강조한 것은 건축이 어떻게 자연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즉 가장 기하학적이고 미니멀한 건축은 자연에 부재하는 것들이며 이런 대비법을 통해 자연을 더 자연답게 건축을 더 건축답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강렬한 대비, 그것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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